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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들 김장비법 풀었네 _ 김장하기 [펌]

정리 습관(★arranging★) 2008. 12. 2. 12:10

겨울 반양식 안전하고 맛깔나게
“물론 실패도 없다”
한겨레 이유진 기자
» 가을 햇살이 화창하던 지난 8일 강원도 횡성군 강림면 민미자(69)씨 집 뜰에서 가족들이 모여 김장을 담갔다. 민씨가 손자 은협(7)군에게 갓 버무린 김치를 먹여주고 있다. 횡성/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김장은 ‘겨울철 반양식’이라고 한다. 그만큼 우리에겐 필수적인 겨울 음식이다. 올해는 특히 먹을거리 안전성에 대한 불안심리와 배춧값 폭락으로 직접 김장을 담그기로 한 집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어디서 무엇을 사서 어떻게 담글까. 무엇을 넣을까. 안전하게, 맛있게, 실패없이 김장을 담글 비법은 없을까. 한살림, 민우회 생협, 82쿡닷컴 등에서 ‘김치 달인’으로 소문난 이들에게 친환경·맛깔스런 김장 비법을 물어보았다. 인천 신개동(73) 할머니는 ‘며느리에게도 안 가르쳐주는 소금·젓갈 비법’을 공개했다.

배추부인 소금 먹었네 배추는 너무 크지 않은 2.5~3kg짜리로 한다. 3kg이 넘으면 억세고 단맛이 없다. 눌러봐서 조금 들어간다 싶은 것이 좋은 배추다. 너무 커 빡빡하면 절이기가 힘들고 고소한 맛도 덜하다.

배추를 절이는 시간은 하룻밤 또는 한나절 정도. 절일 땐 습식, 건식, 습건식이 있다. 습식은 소금물로 하는 것이고 건식은 소금을 배추에 직접 뿌리는 것이다. 소금과 소금물을 반반 써서 습건식을 하는 방법도 있다. 한살림 조합원 김복숙(49)씨는 습건식을 쓴다. 소금물에 절였다 소금을 다시 뿌리면 배추를 뒤집을 필요가 없다. 풀도 찹쌀·밀가루풀 대신 각종 곡식을 빻아 오곡풀을 쑨다. 건강에도 좋고 구수하다. (만드는 법 19면) 단맛은 배로 맞춘다. 배추 세 포기에 배 하나를 넣어 시원한 맛을 더한다. 생새우도 가는 것보다는 두께가 손가락 반만한 두꺼운 것을 갈아서 쓴다. 서울식이라 맛이 깔끔하다.

김장김치에 대파를 넣지 말라는 말이 있다. 끈적거리는 점성 때문에 김치가 쉽게 쉰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씨는 “대파가 시원한 맛을 많이 내니 쓰는 게 좋다”고 한다. 김장 양념에 넣을 땐 푸른 부분을 빼고 하얀 부분을 쓴다. “대파는 친환경을 쓰는 게 좋죠. 마늘도 유기농이 맛도 훨씬 부드럽고 좋아요. 쓴맛도 덜하고요.” 젓갈도 배에서 바로 절여 토굴에서 삭힌 것이 맛있다고 한다. 역시 믿을 수 있는 곳에서 구입하는 것이 좋다. 김씨는 젓갈, 소금 모두 생협 것을 사서 쓴다.

» 왼쪽부터 갈치속젓, 멸치육젓, 새우오젓, 황석어젓.

간은 짜다 싶을 정도로 연평도 출신 맏동서에게서 황해도 연백식 김치를 배웠다는 신개동(73) 할머니. “김치는 간만 맞으면 맛있어.” 김치에 넣을 속재료의 간은 “약간 짜다 싶을 정도로 간간하게”. 김장뒤 김칫속(경기도에선 채장아찌)을 남겨 굴을 묻혀놨다 한겨울 먹을 양이면 “삼삼하게” 한다.

배추의 맛은 소금·젓갈이 좌우한대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산 소금을 쓰면 김치가 잘 무르고 맛이 쓰다. 신 할머니는 2~3년 전 독에 직접 담아 간수를 뺀 국산 호염을 쓴다. “수입산 소금은 비벼보면 안 부서져. 부서지는 게 국산이지. 독 밑에 벽돌을 놓고 널빤지를 깔아. 얼금하게 짠 쌀포대에 소금을 넣어두면 간수가 밑으로 쏙 빠져.”


직접 담그는 새우젓 또한 일품인데, 이 소금으로 한다. “소래포구서 5월에 사다가 두어번 씻어. 새우가 한 말이면 간수 뺀 소금 두 되, 국대접 네 대접을 넣고, 찹쌀풀을 멀겋게 쑤어 넣어. 항아리 꼭꼭 덮고 돌멩이를 눌러놔. 밖에다 2년을 두면 잘 삭아 비리지 않아. 조미료에 잰 건 익히면 김치가 후줄근해져.” 그의 비법은 ‘정성’이었다. 그 외의 비법은? “쪽파와 갓을 많이 넣어야 시원해. 채장아찌는 배추 두개에 무 한 개. 이게 비법이야.”

» 명태 황태 오징어
굴 대신 오징어 쓰세요 “배추가 덜 절여졌어요. 어쩌지요?” “안심하시어요. 예년보다 식감이 더 좋은 김치를 드시게 될 겁니다. ^^” 주부들이 애용하는 생활사이트 82쿡닷컴에서 해박한 김치 지식으로 이름높은 ‘산.들.바람’ 이광득(50)씨. 남자임에도 김치경력 24년 ‘고수’다. 김치공장에서 17년 근무하다가 전국 팔도 김치조사를 하면서 김치 전문가가 됐다. 양념의 배합이 중요하다는 그는 자주 조급해하는 주부들의 질문을 받고 안심시킨다. 싱겁다 싶으면 간장, 소금을 더 찔러넣는 사람이 많은데 그는 조금 기다려 보라고 한다. “간이 싱거운 김치는 익고 나서 오히려 더 맛있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답니다.” 마늘을 많이 넣는 것도 좋지 않다고 한다. “마늘을 많이 넣으면 금방 담갔을 때 맛이 좋긴 합니다만 김장 김치로 오래 두고 드시게 되면 나중에 쿰쿰한 맛을 냅니다.”

김장 김치에 자주 사용하는 굴 대신, 그는 생선을 넣으라 한다. “굴은 나중에 흐물거려 깊은 김치맛을 해치니까요. 흰살생선은 괜찮지요. 별미고요.” 생물 오징어를 넣을 때는 튀김할 때처럼 1.5센티미터 간격으로 썰어 양념과 함께 버무려 속을 바른다. 냉동 명태를 쓸 때는 토막쳐서 배추포기 한 켜당 박아넣으면 된다.

“양념 남는 것이 아까워 물을 부어 김치 위에 붓는 분들이 계실 터인데 … 초보 주부들은 그리 마옵소서!” 그럼 어떡할까? 김치가 절여졌으면 우거지에 남은 양념을 닦아낸다. 독에 우거지를 덮어 웃소금을 얹고 돌멩이를 얹는다. 간이 익을 때 국물이 올라왔다 내려간다. 김치가 뜨지 않고 공기에 닿지 않아야 곰팡이가 안 생기고 잘 익는다.

톡 쏘는 맛, 사과와 청각 요즘 김치에는 청각이 귀해 생략하는 이들이 많지만, 원래 청각은 김치에 향을 더하고 시원한 맛을 내는 구실을 한다. 여성민우회 생협조합원 이정아(46)씨는 전라남도 여수가 고향이다. 그의 ‘특제 양념’은 청각과 사과로 시원하고 단맛을 낸다. 육수는 양파껍질과 다시마 등을 달여 쓴다. “마지막 간은 꼭 젓갈로 하세요. 소금으로 간하면 쓴맛이 더하고 녹는 시간에 따라 맛이 달라져 간을 알기 어렵지요.”

친정이 종갓집이라 어릴 때 어머니의 손맛을 그대로 익혔다. “어릴 땐 바닷물에 둑을 쌓아 배추를 절였지요.” 그는 바닷물 염장배추 대신 건식으로 배추를 절인다.(요리법 19면) 초보들에게는 건식을 ‘강추’한다. 소금물로 절이면 염도가 같아 이파리 끝부분만 먼저 절여진다는 것. 한데, 유기농으로 하면 비용이 더 올라가지 않을까? “작년 배춧값이 금값일 땐 유기농 생협 배추는 없어 못 샀죠. 더 싸니까요. 올해 유기농 배추가 더 비싸다고 해도 얼마 차이 안 나요.” 올해 정부가 발표한 가계의 평균 김장가격은 20포기 기준 12만~13만원선. “유기농으로 하더라도 12만~13만원 정도면 충분해요. 매년 저는 그 값이죠. 시중 김장가격에 영향을 안 받아요.”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김장재료 사진 한살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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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좁고 번거로워 절이기 힘들면…

믿을만한 절임배추
서둘러서 주문해야

김장은 하루 평균기온이 섭씨 4도 이하로 유지될 때 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제맛이 난다. 기상청이 발표한 올해 김장시기는 서울 11월29일, 대전 11월30일, 대구 12월12일, 광주 12월14일, 부산 12월31일. 적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11월 말과 12월 초까지는 절임배추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믿음직한 생협들마저 이미 김장거리 주문을 끝냈기 떄문인다. 안전하고 맛있고 간편하게 김장거리를 살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단, 주문마감이 11월 말~12월 초로 끝나니 서두를 것. 망설이는 시간 속에 배추는 언다.

● 가파마을 절임배추

배추가 너무 크면 좋지 않다는 건 상식. 이 마을 배추는 퇴비 위주로 재배한 중형 크기다. 맛이 좋고 쉬 무르지 않는다. 충남 청양군 대치면의 가파마을 절임배추는 씨값이 비싸기로 소문난 ‘휘파람’ 품종. 90일을 재배한 만생종 노지 속노랑 배추에 간수를 뺀 신안 천일염으로 절였다. 칠갑산 청정물에 일일이 손으로 씻어 보내기 때문에 집에서 씻어 건질 필요가 없다. 마을에서 체험 삼아 김장을 해 가도 되고, 마을 땅속 항아리에 묻어놓고 숙성하면 택배로 보내주기도 한다. 절임배추는 유기농 20kg 2만6천원, 일반배추 20kg 2만2천원. 항아리 숙성 김장체험은 1독(40~50kg)에 19만원이다. pa.invil.org, (041)943-4945.

● 참거래 농민장터 농부들의 유기농

품질 좋은 친환경 재료를 쓰면서 배춧값 폭락으로 위기에 빠진 농가도 돕는 길. 농민 직거래를 이용하는 것이다. 참거래 농민장터는 친환경 절임배추를 10kg에 1만9천~2만원대로 판매한다. 강원도, 경남, 충청도 등에서 기른 유기농 배추에 간수가 충분히 빠진 신안소금을 사용한 품목이 많다. 신안군 도초면 소금농부의 천일염도 20kg 1만3900원에 판다. 젓갈, 찹쌀에 들깨 넣은 죽, 유기농 고춧가루, 무 등도 친환경으로 장만할 만하다. farmmate.com, (061)783-6245.

● 흙살림 유기농 절임배추

국내 최초로 친환경농산물 민간인증기관으로 지정받은 흙살림. 농민과 함께 출자해 친환경 유기농산물 직거래 운동을 하고 있다. 이곳 절임배추는 좋기로 이름난 충북 괴산에서 생산된 것 가운데서도 유기농으로 썼다. 20㎏짜리가 3만5000원.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해도 되고, 전화주문도 받는다. 12월10일까지 한달간 주 1회 배송하니 날짜를 잘 맞출 것. heuksalim.com, (043)212-0935.

● 팔당오가닉푸드 절임배추

팔당 상수원 유역의 좋은 물로 절인 100% 유기농 절임배추 10㎏이 1만8800원이다. 대규모 채소단지에서 유기농을 고집해 키운 배추라 다디 달다. 역시 국산 유기농으로 키운 김장속 재료는 5㎏ 6만5000원에 판다. 속과 배추를 집에서 묻히기만 하면 된다. 팔당오가닉푸드는 친환경 반찬을 만들어 파는 곳이라 속재료의 손맛과 정성이 남다르다. 24일까지 주문을 받는다. paldangfood.com, dalbab.com, (031)576-1771, 1664.

● 초록마을 절임배추

자체적으로 만든 NS인증 시스템을 적용한 유기농산물로 구성했다. 강원 홍천, 전남 무안산 배추를 써 청잎을 제거한 채 깨끗하게 절였다. 건식·습식 두 가지 방법을 병행해 일일이 사람 손으로 소금을 뿌렸다. 5번 이상 물에 씻어 배송하기 때문에 양념을 버무리기만 하면 된다. 12월8일까지 5차에 걸쳐 전국 매장에서 예약주문을 받는다. 10㎏에 2만2400원. 김장재료, 젓갈, 비닐, 장독, 소금, 고춧가루 등 김장재료들도 함께 판다. hanifood.co.kr, 080-023-0023. 이유진 기자

아파트서 김장 요령

비좁아 터진 아파트에서는 배추 절이기도, 속 버무리기도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이럴 땐, 아래와 같은 방법을 쓰자.

욕조엔 식초를 배추를 절일 땐 욕조를 이용한다. 욕조를 씻는 것조차 큰일이다. 세제로 닦아낸 후 마지막 헹굼물에 비교적 값싼 식초를 부어 마무리하도록 한다. 잡내와 미세한 세균을 씻어준다.

고무대야 대신 비닐 김칫속을 버무릴 때, 배추에 김칫속을 넣을 때 보통은 고무대야나 알루미늄 대야를 쓴다. 씻기도 힘든 큰 대야들을 치워놓고, 마루에 큰 비닐을 테이프로 붙여놓자. 그 위에서 속도 버무리고, 배춧속도 채우자. 치울 땐 테이프를 붙여 돌돌 말기만 하면 된다.

삶은 우거지는 냉동실에 뜯어놓은 배추 우거지를 말릴 공간이 없을 땐, 데친 후 된장을 묻혀 냉동실에 보관한다. 데쳐서 냉동실에 그냥 넣는 것보다 훨씬 부드러워진다. 이유진 기자